
얼마 전 임신 9주차 산모분께서 갑상선기능항진증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내원하셨습니다.
“선생님, 갑상선 수치가 떨어졌다는데 항진증인가요?”
검사결과를 살펴보았습니다.
- TSH < 0.01 mIU/L (정상: 임신 1분기 기준 0.25~2.5)
- free T4 1.53 ng/dL (정상: )
TSH(갑상선 자극호르몬)은 정상보다 낮고, free T4(갑상선 호르몬)는 정상보다 약간 높습니다.
앞서 블로그 글에서 설명드렸다시피 갑상선 자극호르몬(TSH)은 갑상선 호르몬이 과하면 negative feedback(음성 되먹임) 에 의해 오히려 감소합니다. 따라서 위 검사 결과는 TSH가 정상보다 낮은 경미한 갑상선 항진 상태입니다.
임신 초기 갑상선 항진, 왜 생길까요?
1️⃣ 임신성 일시적 갑상선 기능 항진증 (가장 흔함!)
원인: 임신 초기에 태반에서 나오는 호르몬인 hCG의 구조가 갑상선 자극호르몬(TSH)과 비슷하여, hCG가 높아지는 임신 초기에 갑상선을 자극해 경미한 항진이 발생합니다.
경과: 임신 10~12주경 피크를 친 뒤 주수가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수치가 떨어집니다. 따라서 보통 약물치료가 필요 없고 혈액검사로 경과를 관찰합니다. 입덧이 매우 심하거나 쌍둥이 임신처럼 hCG가 많이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 뚜렷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2️⃣ 그레이브스병
원인: TRAb라는 자가항체가 갑상선의 TSH 수용체를 자극하여 갑상선 호르몬이 과도하게 만들어지는 자가면역질환입니다.
경과: 산모와 태아의 건강을 위해 적절한 항갑상선제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3️⃣ 갑상선염의 일시적 항진기
원인: 갑상선염에서 염증으로 인해 갑상선 안에 저장되어 있던 호르몬이 혈액으로 흘러나오면서 항진 양상이 나타납니다.
경과: 보통 항진기 → 저하기 → 회복기의 경과를 거칩니다. 항진기에는 항갑상선제가 필요한 경우가 거의 없으며, 이후 저하기에는 갑상선 호르몬 보충이 필요할 수 있어 혈액검사를 통한 경과관찰이 필요합니다.
갑상선 항진의 원인, 어떻게 감별할까요?
임신 중에는 1번과 2번인 경우가 더 흔하며, 이 둘을 감별하기 위해 갑상선 자가항체 검사인 TRAb 검사를 시행하였습니다.
TRAb: 음성
아주 드물게 TRAb가 음성인 그레이브스병도 있지만 그 빈도가 매우 낮으며, 현재 임신 9주라는 시기, 갑상선 항진의 정도가 경미하다는 점, 특별한 그레이브스병 증상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임신성 일과성 갑상선 항진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항갑상선제를 사용하지 않고 갑상선기능검사를 추적하기로 했습니다.
산모님의 실제 호르몬 추적 경과
| 임신 주수 | TSH | free T4 |
|---|---|---|
| 9주 | < 0.01 | 1.53 |
| 12주 | 0.03 | 1.31 |
| 16주 | 0.83 (정상) | 1.24 (정상) |
임신 12주에는 free T4 가 먼저 안정되었고, TSH 는 아직 낮게 유지되는 경미한 항진 상태였습니다.
16주차에는 TSH 도 정상화 되어 추적을 종료했습니다. 임신 중반으로 갈수록 임신호르몬 영향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회복된 경과였습니다.
마치며
임신 초기에는 hCG의 영향으로 TSH가 낮아지고 갑상선호르몬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임신성 일과성 갑상선기능항진증은 대부분 약물치료 없이 자연스럽게 호전됩니다.
하지만 치료가 필요한 그레이브스병도 비슷한 검사 결과를 보일 수 있으므로, TRAb 검사와 증상, 기존 갑상선질환 병력 및 추적검사 결과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이번 산모분처럼 TRAb가 음성이고 갑상선호르몬 상승이 심하지 않으며 추적검사에서 자연스럽게 정상화된다면, 약을 서둘러 시작하기보다는 적절한 시기에 갑상선기능검사를 추적하며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