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초기 TSH 3.1, 정말 갑상선 저하증일까요?

얼마 전 임신 초기 산모 한 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진료실에 들어오셨습니다.

“선생님, 산부인과에서 갑상선 수치가 높다고 해서 왔어요. 임신 때문에 갑상선이 나빠진 건가요? 아기는 괜찮은 거죠?”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TSH: 3.1 mIU/L (일반 성인 정상범위 약 0.4~4.0 mIU/L)
  • Free T4: 1.37 ng/dL (일반 성인 정상범위 약 0.8~1.8 ng/dL)
  • Anti-TPO Ab / Anti-thyroglobulin Ab: 모두 음성

(참고: 정상범위는 검사 기관·시약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으므로 실제 결과지의 참고범위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일반적인 성인 기준으로는 모두 정상입니다. 그런데 왜 산부인과에서는 다시 확인해 보라고 했을까요?


TSH는 뇌하수체에서 분비되어 갑상선을 자극하는 호르몬입니다. 뇌하수체가 갑상선을 향해 “갑상선호르몬을 조금 더 만들어!” 라고 보내는 신호가 바로 TSH입니다.

반대로 갑상선호르몬이 충분해지면 뇌하수체는 “이제 충분하네. 그만 만들어.” 하면서 TSH 분비를 줄입니다.

이를 음성 되먹임(negative feedback)​이라고 합니다.

보일러의 온도조절기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방이 충분히 따뜻해지면 온도조절기가 보일러 작동을 멈추고, 방이 추워지면 다시 보일러를 가동시키는 것과 비슷합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관계가 나타납니다.

  • 갑상선 기능이 부족하면 → TSH 증가
  • 갑상선 기능이 많으면 → TSH 감소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 Free T4가 정상 범위에 머무는 동안에도 TSH가 먼저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임상에서는 TSH를 갑상선 기능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사용합니다.


💡 그런데 왜 임신 중엔 기준이 더 엄격할까

이 산모분의 TSH 3.1은 비임신 성인 기준으로는 정상입니다. 하지만 임신 중, 특히 1분기에는 목표 TSH를 2.5 미만으로 더 낮게 잡습니다. 그렇다고 임신을 하면서 갑자기 기능이 나빠진 것은 아닙니다. 기준 자체가 임신 중에는 더 엄격해지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① hCG 영향: 임신 초기 급증하는 hCG가 TSH와 구조가 비슷해 갑상선을 약하게 자극합니다. 그래서 임신 초기에는 갑상선 호르몬 분비가 약간 증가하고, TSH가 평소보다 낮게 나올 수 있습니다.

② 태아의 호르몬 의존: 임신 초기 태아의 갑상선은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필요한 갑상선호르몬의 상당 부분을 엄마에게 의존합니다. 엄마의 갑상선은 본인 몫뿐 아니라 태아 몫까지 만들어야 하므로 더 많은 일을 하게 됩니다. 즉 이 시기의 엄마는 본인이 쓸 호르몬뿐 아니라 아기 몫까지 함께 만들어야 하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평소보다 갑상선이 조금 더 여유 있게, 넉넉히 작동하고 있는지를 더 엄격한 기준으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임신합병증 위험 : 여러 연구에서 갑상선 기능저하증이 있는 임신부는 유산, 조산, 임신성 고혈압 등의 임신 합병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결과가 꾸준히 보고되었습니다. 특히 명백한(overt) 갑상선기능저하증은 태아의 신경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근거가 비교적 확립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임신 중에는 비임신 기준과 다르게 갑상선 기능을 평가합니다.


💡 임신 초기 TSH의 정상 상한치는 얼마일까요?

과거에는 임신 초기 TSH가 2.5 mIU/L를 넘으면 기능 저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유산·조산·신경발달 우려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여러 나라의 대규모 연구에서 정상 임신부의 TSH 상한이 2.5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TSH 2.5~4.0이면서 Free T4가 정상인 임신부 전체에서 치료가 임신 결과나 신경발달을 일관되게 개선한다는 근거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이를 반영해 현재 대한갑상선학회 가이드라인(2023)은 임신 초기 TSH 정상 상한을 4.0 mIU/L로 권고합니다.

이번 산모의 TSH 3.1, Free T4 정상 → 현재 기준으로는 정상 갑상선 기능입니다. 즉 현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TSH가 2.5를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고 진단하거나 갑상선호르몬제를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 임신중 갑상선 저하의 약물 치료 기준은 ?

검사 결과판단 및 치료
TSH ≤4.0 + Free T4 정상정상, 일반적으로 치료하지 않음
TSH 4.0~10.0 + Free T4 정상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 Levothyroxine 권고
TSH ≥10.0 또는 Free T4 감소명백한 갑상선기능저하증, 치료

TSH가 4.0을 넘으면 TPO 항체 여부와 관계없이 치료를 권고하지만, 4.0 이하라면 TPO 항체가 양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예방적 치료를 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TPO 항체 양성은 자가면역 갑상선염 가능성, 임신 중 기능저하 진행 위험, 산후 갑상선염 위험을 시사하므로 여전히 중요한 검사입니다.

이번 산모는 TSH 3.1, Free T4 정상, 자가항체 모두 음성이므로 현재는 약물치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치료를 시작한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TSH를 2.5 mIU/L 미만 또는 임신 주수별 참고범위의 하위 절반으로 유지하도록 용량을 조절합니다.


💡갑상선 자가항체란 무엇일까요 ?

갑상선 검사에는 Anti-TPO AbAnti-thyroglobulin Ab 같은 자가항체 검사가 포함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항체가 양성이면

  • 자가면역 갑상선염(Hashimoto thyroiditis)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 임신 중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으며
  • 산후 갑상선염이 발생할 가능성도 증가합니다.

즉,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경과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검사입니다.

💡 아기에게 영향은 없을까요?

명백한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유산·조산·임신성 고혈압 등의 위험이 증가하고, 심한 호르몬 부족은 태아 신경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Free T4가 정상인 경도의 변화는 명백한 저하증과 구분해야 합니다.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 산모를 대상으로 한 CATS 연구에서는 치료군과 비치료군 자녀의 3세 인지기능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이번 산모처럼 TSH·Free T4가 모두 정상이라면, 약을 먹지 않는다고 해서 아기 발달에 문제가 생긴다고 걱정할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치료가 필요 없다는 것과 추적검사가 필요 없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 치료 안하는데 추적 검사하는 이유

임신이 진행되면서 갑상선호르몬 필요량은 계속 변하고, 처음엔 정상이던 TSH가 이후 상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산모는 약을 처방하지 않고 3~4주 후 재검사하기로 했습니다.


정리

  • TSH 3.1은 대한갑상선학회 권고 기준상 임신 초기 정상 범위
  • Free T4 정상, 자가항체 음성 → 갑상선기능저하증 아님, 치료 불필요
  • 다만 수치는 변할 수 있어 추적검사는 필요

“정상이라면서 왜 다시 검사하나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니라, 임신 중에는 갑상선호르몬 필요량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조금 더 세심히 관찰하는 것뿐입니다. TSH가 4.0 이하이고 Free T4가 정상이라면 대부분 약 없이 경과를 관찰합니다. 담당 의사가 안내한 시기에 갑상선 기능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참고문헌

  1. Yi KH, Ahn HY, Kim JH, et al. 2023 Revised Korean Thyroid Association Guidelines for the Diagnosis and Management of Thyroid Disease During Pregnancy and Postpartum. Int J Thyroidol. 2023;16:51-88.
  2. Ahn HY, Yi KH. Diagnosis and Management of Thyroid Disease during Pregnancy and Postpartum: 2023 Revised Korean Thyroid Association Guidelines. Endocrinol Metab (Seoul). 2023;38:289-294.
  3. Lazarus JH, Bestwick JP, Channon S, et al. Antenatal Thyroid Screening and Childhood Cognitive Function. N Engl J Med. 2012;366:493-501.

“임신 초기 TSH 3.1, 정말 갑상선 저하증일까요?”에 대한 1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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