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에서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 중인 분들께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약을 먹는데 왜 이렇게 피곤할까요? 갑상선 수치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닐까요?” “호르몬제를 먹고 있는데도 수술 전보다 살이 더 찌는 것 같아요.”
그래서 피검사를 해보면 수치는 정상 범위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호르몬 수치는 괜찮은데, 왜 피로감을 느끼고 살이 안 빠지는 걸까요?
1️⃣ T4 → T3 전환의 한계 (세포 수준의 저하증)

갑상선 호르몬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 T4 : 요오드가 4개 붙어 있는 구조로, 주로 저장·운반 형태
- T3 : 요오드가 3개 붙어 있는 구조로, 실제로 대사를 활성화하고 에너지를 내는 활성형 호르몬
자연 상태의 갑상선은 T4를 주로(약 80~90%) 분비하지만, 일부는 T3 형태(약 10~20%)로도 직접 분비합니다.
갑상선암으로 전절제 수술을 받으신 분들은 호르몬 보충을 전적으로 외부에서 넣어주는 갑상선 호르몬제에 의존하게 됩니다. 현재 복용 중인 호르몬제는 대부분 T4 단일 제제(국내 상품명: 씬지로이드, 씬지록신)입니다. 즉, 약을 먹은 후 간·신장·세포막에서 이 T4를 T3로 ‘전환’시켜야만 비로소 효과가 나타납니다.
만약 체질이나 컨디션 탓에 이 전환 효율이 떨어진다면, 혈액 검사(TSH, T4) 수치는 정상이지만 정작 세포 안은 호르몬 부족 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보일러에 연료(T4)는 가득한데 불씨(T3)가 붙지 않아 대사가 느려지고 살이 찌는 상황, 바로 이것이 세포 수준의 저하증입니다.
2️⃣ TSH 억제 요법으로 인한 근손실
갑상선암으로 전절제 수술을 받으신 분들은 암 재발을 막기 위해 호르몬제를 의도적으로 조금 더 복용하여 TSH를 낮추는 TSH 억제 요법을 시행합니다.
이로 인해 경미한 갑상선 항진 상태가 되는데, 이때 체지방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근육 단백질 분해(Catabolism) 도 함께 일어납니다. 근육은 가만히 있어도 에너지를 소모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근손실이 누적되면 기초대사량이 낮아지고 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더 잘 찌는 체질로 바뀌게 됩니다.
3️⃣ TSH 억제 요법 장기화로 인한 만성 스트레스
TSH 억제 요법은 가벼운 갑상선 항진 상태, 즉 교감신경 우위의 상태를 만들어냅니다. 이 긴장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되면 코르티솔 분비 패턴이 교란되고 인슐린 저항성이 유발될 수 있으며, 이것이 만성 피로와 체중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마치며
혈액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는 것은 혈관 안의 호르몬 양이 기준치에 맞는다는 뜻일 뿐, 내 몸의 세포들이 호르몬을 잘 이용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보일러에 연료는 가득한데 정작 불씨가 붙지 않는 상황.
내 몸의 대사 보일러에 불씨를 다시 살리는 방법은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